디지털 자산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을 담는 법적 요건과 작성 팁

info-social 2025. 7. 12. 02:05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을 담는 법적 요건과 작성 팁

1. 디지털 자산 유언장: 왜 따로 명시해야 하는가?

현대인의 자산은 이제 단순히 부동산이나 예금에 그치지 않는다. 이메일, 블로그, SNS 계정,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과 문서, 암호화폐, 유튜브 수익 등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은 물리적 실체가 없고, 대부분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약관에 따라 사용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유언장만으로는 명확한 상속 지시가 어렵다.

예를 들어, 고인의 구글 계정에 저장된 가족 사진이나 사업 관련 문서가 유족에게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유족에게 큰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고인의 의지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 항목을 별도로 명시하고, 각 자산의 성격과 접근 방법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암호화폐와 같은 자산은 비밀번호나 지갑 주소 없이는 누구도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언장 내에 관련 정보 또는 접근 방법을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유언장을 통해 사망 후 자산이 정확한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한 상속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디지털 생애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절차다.

2. 디지털 자산 유언장의 법적 요건과 작성 방식

유언장은 민법 제1065조 이하에 따라 작성되며, 유효한 법적 효력을 가지기 위해 일정한 형식을 따라야 한다. 특히 디지털 자산을 포함하는 경우, 해당 자산의 소유 여부·위치·접근 방법 등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으면, 실질적 상속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현행법상 유언장은 크게 다음의 5가지 방식 중 하나로 작성할 수 있다.

  1. 자필증서 유언: 작성자가 직접 손으로 작성하고, 일자와 서명을 포함해야 한다. 디지털 자산의 목록, 위치, 접근 방법 등을 상세히 적는 것이 중요하다.
  2. 공정증서 유언: 공증인을 통해 공증을 받는 방식으로, 법적 효력이 가장 확실하며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디지털 자산 유언장에는 이 방식이 가장 권장된다.
  3. 녹음유언: 음성으로 녹음하여 증인을 통해 인정받는 방식이나, 디지털 자산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 전달에는 부적절할 수 있다.
  4. 비밀증서·구수증서: 특별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으로, 일반적 사용은 드물다.

특히 디지털 자산은 대부분 계정 기반으로 되어 있고, 패스워드, 2차 인증, 복구 방법 등의 정보가 없는 경우 실질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언장 내에는 단순한 ‘상속인 지정’뿐만 아니라, 자산의 목록화와 실질적 접근 가능성을 위한 정보 기록이 병행되어야 한다.

3. 디지털 자산 유언장 작성 시 포함해야 할 핵심 항목

디지털 자산 유언장을 쓸 때는 일반 자산보다 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정보가 요구된다. 단순히 "내 SNS 계정은 A에게 상속한다"는 문장만으로는 실질적 상속이 불가능하다. 다음은 유언장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디지털 자산 관련 항목들이다:

  • 디지털 자산 목록: 구글 계정, 네이버 메일, 유튜브 채널, 카카오톡 채팅, 아이클라우드, 암호화폐 지갑, NFT 등 소유 중인 모든 디지털 자산을 나열한다.
  • 자산별 위치와 용도: 예) “구글 드라이브에는 가족사진과 사업 자료가 있음”, “업비트 지갑에 보유 중인 비트코인이 있음”
  • 접근 정보: 계정 주소, 아이디, 복구 이메일, 2차 인증 기기 정보, 지갑 주소, 시드 문구(Seed Phrase) 등. 단, 비밀번호 자체는 유언장에 직접 적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관리자 앱 또는 별도 암호화 파일에 저장하고, 그 접근 방법만 명시하는 것이 보안상 안전하다.
  • 상속인 지정 및 지시사항: 자산별로 상속인을 지정하거나, 유산 처리 방법(예: 삭제, 공유, 보존)을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유족은 사망자 사후에도 해당 자산에 원활하게 접근하거나, 법적 요청을 통해 데이터 이전을 요청할 수 있다. 작성자의 의도에 따라 디지털 자산이 올바르게 분배될 수 있도록 사전 정리가 필수다.

4. 디지털 유산을 위한 생전 준비 전략

유언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디지털 자산은 성격상 정보 접근이 핵심이기 때문에, 사전에 유언장 외에도 다음과 같은 생전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비밀번호 관리자 앱(예: 1Password, Bitwarden, LastPass 등)을 활용하여 주요 계정의 로그인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고, 이 앱에 접근할 수 있는 마스터 키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유언장이나 공증 문서를 통해 위임한다.

둘째, 디지털 유언장 외 별도 메모 파일을 작성해 중요 계정별 설명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예: "업비트 지갑은 인증 앱으로 2차 인증 필요", "유튜브 채널은 월 광고 수익 발생 중" 등.

셋째, 구글, 애플,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상속 관리 도구를 설정한다.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나 애플의 ‘디지털 유산 연락처’는 사망 시 계정 처리에 유족이 개입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넷째, 가족이나 상속인과 디지털 자산 존재에 대한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 많은 경우, 유족이 해당 자산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사전 교육과 소통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유언장을 남기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결국, 디지털 자산을 제대로 상속하기 위해서는 단지 법적 형식뿐 아니라, 실질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정보를 구조화하고 보호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디지털 자산의 목록화와 유언장 작성, 그리고 생전 정리의 습관을 들여야 미래의 상속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