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사진, 글, 메일, 블로그는 상속 대상이 될 수 있을까?

info-social 2025. 7. 11. 21:00

사진, 글, 메일, 블로그는 상속 대상이 될 수 있을까?

1.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와 상속 개념

현대인의 삶은 디지털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경험, 지식이 집약된 디지털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유산이라고 하면 주택, 현금, 유가증권 등의 물리적인 자산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사진, 이메일, 블로그, 문서, 소셜 미디어 게시물도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와 권리를 가지는 디지털 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사진과 글은 그 사람의 인생 기록이자, 가족이나 지인에게는 정서적인 유산으로 작용한다. 자녀나 배우자가 고인의 클라우드에 저장된 가족사진을 열람하지 못하거나, 이메일로 주고받았던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면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게시된 글이 일정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었다면, 이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서 상속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속 대상이 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콘텐츠가 저장된 계정이 개인 명의로 되어 있는 경우, 해당 계정 자체는 상속이 불가능하다는 플랫폼 약관이 많고, 그에 따라 콘텐츠 자체도 유족이 자유롭게 열람하거나 인계받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의 상속 가능성과 실무적 처리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2. 사진과 이메일: 정서적 가치와 정보 유출의 경계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이나 이메일은 고인이 남긴 삶의 흔적 중 가장 개인적인 영역이다. 가족, 친구, 연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은 유족에게 소중한 기억이자 정신적 위안이 될 수 있으며, 이메일에는 보험, 금융, 업무 관련 문서처럼 실질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후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사진과 메일의 열람권한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따라 계정 소유자의 동의 없이 제3자가 계정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사망 후에도 계정이 개인 소유로 간주되기 때문에 가족조차도 이메일이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애플의 iCloud에 저장된 사진은 고인의 생전에 ‘디지털 유산 접속자’를 지정하지 않았다면, 사망 후에는 유족이 접근하기 매우 어렵다.

이러한 보안 중심 정책은 사생활 보호의 관점에서는 타당하지만, 유족의 입장에서는 고인의 유산을 정리하는 데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메일은 계약서, 영수증, 암호화폐 거래 기록 등 실질적인 자산 정보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며, 접근이 불가능할 경우 중대한 법적 손해나 금융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생전에 관련 자료를 별도로 정리하거나, 이메일 자동 전달 기능을 설정해 두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3. 블로그와 글 콘텐츠: 지식 자산의 상속 문제

블로그는 단순한 개인의 일기장이 아니라, 수년간 축적된 콘텐츠와 검색 유입, 광고 수익 구조가 함께 작동하는 하나의 지식 자산이자 경제적 자원이기도 하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워드프레스, 브런치 등에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의 경우, 사망 이후에도 수많은 방문자 수를 유지하며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블로그 콘텐츠는 단순한 정보 저장 공간이 아니라, 실제적인 상속 대상 자산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해당 계정이 삭제되거나, 접근이 불가능해지면 모든 콘텐츠와 수익 구조가 사라지게 된다. 많은 플랫폼들이 이용 약관에서 “계정은 개인에게만 귀속되며, 양도 또는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유족이 콘텐츠를 관리하고 수익을 인계받기 위해서는 법적 상속 관계를 입증해야 하며, 플랫폼에 따라서는 그마저도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또한 블로그에 게시된 글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경우, 해당 콘텐츠에 대한 권리는 사망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상속인에게 이전될 수 있다. 한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자의 사망 후 70년까지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므로, 상속인은 고인의 콘텐츠를 복원하거나, 출판 또는 재활용을 통해 자산화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보관, 계정 접근, 수익 이관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4. 디지털 콘텐츠 상속을 위한 현실적 준비

현행 법률과 플랫폼 약관은 아직까지 디지털 콘텐츠 상속에 대해 충분히 정비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비책은 사용자 스스로의 ‘생전 정리’에 달려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디지털 자산 목록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어떤 클라우드, 어떤 이메일 계정, 어떤 블로그나 SNS를 사용하고 있는지 정리하고, 접근 방법과 비밀번호를 암호화된 문서로 남겨 두거나 디지털 유언장을 통해 명확한 권한을 지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이나 애플의 ‘디지털 유산 연락처 지정’ 기능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사망 이후 유족이 최소한의 권한으로 사진, 메일, 문서 등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생전에 계정을 특정인에게 이전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디지털 상속 수단이다.

이와 함께 법률적으로는 공증을 통한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변호사를 통해 디지털 자산 관리 위임장을 작성해 두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암호화폐 지갑, NFT, 유료 콘텐츠 등의 자산은 계정 접근이 곧 자산 소유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법적 문서와 함께 관리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는 단지 메모리 속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의 지식, 삶, 기억, 수익 구조가 집약된 중요한 자산이다. 이를 무심코 방치하거나 ‘내가 죽으면 끝이지’라고 생각한다면, 남겨진 가족은 경제적·정서적 손실을 모두 떠안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생전에 준비하고 기록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책임이자 마지막 배려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