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디지털 유산이란? 우리가 남기고 떠나는 온라인 자산의 정체

info-social 2025. 7. 10. 15:12

디지털 유산이란? 우리가 남기고 떠나는 온라인 자산의 정체

1. 디지털 유산의 정의: 우리가 남기고 떠나는 온라인 흔적들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은 현대 사회에서 점차 중요한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하드디스크나 스마트폰에 남겨진 개인 데이터뿐 아니라, 생전에 온라인상에서 생성·축적한 모든 디지털 형태의 자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메일 계정, 클라우드 저장소,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유튜브 채널, 네이버 블로그, 포털사이트 아이디, 각종 멤버십 포인트, 디지털 콘텐츠 구매 내역, 암호화폐 지갑, 도메인 주소 등은 모두 디지털 유산에 해당된다.

이처럼 디지털 유산은 물리적인 형태가 없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유산 개념과는 다르다. 하지만 정서적 가치와 사회적 상징성,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모두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복합적이고 관리가 까다로운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수년 동안 운영한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은 단순한 콘텐츠의 집합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가치관, 노하우가 집약된 ‘디지털 자아’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채널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 사망 이후에도 계속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는 명백한 상속 대상이 된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디지털 자산과 연결되어 살아간다. 스마트폰의 앱 하나하나가 로그인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되어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수많은 디지털 흔적과 데이터를 온라인에 남기게 되며, 죽음 이후에도 그 흔적은 서버와 인터넷 공간에 남아 계속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디지털 자산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개인들은 자신이 사용 중인 서비스가 사망 시 어떻게 처리되는지조차 모르며, 자산 정리 계획을 세워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로 많은 경우, 사망자의 유가족은 고인의 이메일, 사진, 문서, 계정 정보 등에 접근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고인의 생전에 찍은 가족사진이 아이클라우드나 구글 포토에 저장되어 있는데, 그 계정의 로그인 정보를 모르고 2단계 인증까지 걸려 있다면, 유족이 해당 사진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사례는 감정적 손실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이 소멸되는 실제적인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유료로 구매한 콘텐츠(전자책, 음원, 영상)나 암호화폐, NFT 같은 자산은 영구히 접근이 차단되면 재산적 손실로 연결된다.

또한 기업에서 활동하던 직장인의 업무용 구글 드라이브, 슬랙, 노션 등에서 보관 중인 문서 역시 조직에 중요한 자산일 수 있으며, 사후에 계정 정리를 하지 않으면 업무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고인의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스토어, 개인 서버 등이 남겨진 채 방치되면서 서비스가 자동 결제되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디지털 유산은 단순한 '기억의 파편'이 아니라, 정보·감정·재산·정체성·업무적 연속성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자산의 총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제도적인 뒷받침도 미비한 상황이다. 많은 이들이 생전에는 디지털 자산을 적극 활용하지만,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는 그 자산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러한 무관심은 유산의 소멸, 프라이버시 침해, 법적 분쟁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상속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자산’**으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 준비하고 정리해야 하는 실질적이고 현재적인 과제다.

 

2. 디지털 유산의 범주: 계정, 콘텐츠, 암호화폐까지

디지털 유산은 그 형태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접근 기반 자산(access-based assets)**이다. 이는 이메일, SNS 계정, 클라우드 계정 등으로, 사망자가 생전에 사용하던 온라인 계정들이다. 여기에 저장된 데이터는 생전의 일상, 인간관계, 업무 내역 등 다양한 정보를 포함하며, 사망 이후 가족이나 지인에게 정서적 위로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생활 침해, 비공개 데이터 노출 등의 민감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접근 관리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콘텐츠 자산(content-generating assets)**이다. 블로그, 유튜브, 티스토리, 스마트스토어, 크몽 등의 수익형 플랫폼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자산은 단순히 정보 저장소가 아니라, 광고 수익, 제휴 수익, 판매 수익 등을 창출하는 능동적인 재산으로 기능한다. 실제로 인기 유튜버나 블로거의 계정은 사망 후에도 높은 조회수를 유지하며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적 소유권 이전 및 운영권 상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가장 논란이 많은 블록체인 기반 자산이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와 NFT(대체불가토큰) 등이 있다. 이 자산들은 탈중앙화된 구조로 인해 관리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지갑 키(Private Key)를 상속인이 모르면 그 자산은 회수할 수 없다. 실제로 암호화폐로 수십억 원을 보유한 개인이 갑작스레 사망하고, 가족이 해당 정보를 알지 못해 전액이 소멸된 사례가 국내외에서 수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의 보안성과 상속성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3. 법적 공백과 플랫폼 현실: 상속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우리나라의 현행 법제도는 디지털 유산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민법상 상속 대상은 ‘재산권이 있는 물건 또는 권리’로 규정되어 있으나, 온라인 계정이나 저장된 데이터는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약관에 의해 이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측 약관은 대부분 ‘개인에게 한정된 이용권’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상속은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의 국내 플랫폼은 사망자의 계정 삭제만 가능하고, 가족이 접근하거나 콘텐츠를 인계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글로벌 IT 기업들은 디지털 유산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통해 사망 또는 장기 미사용 시, 미리 설정한 연락처에게 계정을 이전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Digital Legacy’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지정한 상속인이 아이클라우드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생전에 미리 설정하지 않으면 사망 이후엔 접근이 제한된다. 이러한 현실은 법 제도의 미비뿐 아니라, 사용자 본인의 사전 준비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4. 디지털 유언장과 생전 정리의 중요성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개인이 자신의 디지털 유산을 생전에 스스로 정리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디지털 유언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 유언장에 온라인 자산 목록과 접근 정보를 포함시키는 형태로 작성된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계정이 있으며, 어디에 접근 정보(비밀번호, 2단계 인증 정보 등)가 저장되어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자산을 맡기고 싶은지 등을 명확히 적어두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정보를 종이문서, 암호화된 USB, 신뢰할 수 있는 법률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디지털 자산 목록을 정리해두고, 이에 대한 권한을 유언장이나 공증 절차를 통해 미리 이양하는 것이다. 특히 암호화폐의 경우, 생전에 관련 정보를 유가족에게 안전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그 자산은 회수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죽음 이후’에도 관리되어야 할 정보가 너무 많다. 기술이 삶을 편리하게 만든 만큼,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남겨질 디지털 흔적을 정리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현대인의 새로운 의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