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죽은 뒤에 내 계정은 어떻게 될까? 플랫폼별 디지털 사후 정책

info-social 2025. 7. 11. 17:35

죽은 뒤에 내 계정은 어떻게 될까? 플랫폼별 디지털 사후 정책

1. 디지털 사후 계정 처리의 필요성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메신저, 사진 저장소, 업무 공간까지 모두 활용하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 사람이 사망했을 때,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수많은 온라인 계정과 플랫폼 서비스는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망 이후 온라인 자산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망자의 계정이 방치되거나, 악용되거나, 가족이 접근조차 못하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망자의 휴대폰에 저장된 메신저 기록이나 사진은 가족이 기술적으로 열람이 가능할 수 있지만, 포털 계정, 클라우드, 이메일, SNS 등은 대부분 이용 약관상 타인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심지어 자녀나 배우자가 사망자의 계정 정보를 알아도, 법적으로 위임받은 권한이 없으면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글로벌 플랫폼들은 사망 이후 계정 처리 방안을 조금씩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계정 삭제, 데이터 전달, 기념 계정화 등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상속과 프라이버시 보호, 유족의 권리 보장이라는 다층적 이슈와 직결된다. 따라서 개인이 생전에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었는지 파악하고, 각 플랫폼이 어떤 사후 정책을 운영하는지 미리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준비 과정이다.

2.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후 계정 정책

대표적인 글로벌 IT 기업들은 점차 사후 계정 처리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구글(Google)은 'Inactive Account Manager(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제공한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장기간 로그인하지 않았을 경우(3개월~18개월 설정 가능),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메일이나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자는 생전 미리 연락처를 등록하고, 사진, 이메일, 드라이브 문서 등 어떤 데이터를 공유할지 상세히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사망 이후 계정 자체를 삭제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어, 디지털 사후 정리에 대한 주도권을 생전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방식이다.

애플(Apple)의 경우 2021년부터 ‘Digital Legacy Program’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생전에 지정한 ‘유산 접속자(Legacy Contact)’가 사망 후 고인의 애플 ID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상속자는 애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사망진단서와 접근 키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메일, 메모 등 주요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일부 민감한 정보(구매 내역, 결제 정보 등)는 열람이 제한된다. 즉, 애플의 접근 정책은 철저한 보안과 법적 요건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비교적 제한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용자가 사망하더라도 계정에 접근하거나 데이터를 전달하는 기능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단, 유족이 법적 문서(사망진단서, 판결문 등)를 제출하고 장시간의 심사를 거치면 일부 정보에 접근 가능한 사례가 있으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이는 향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3. SNS와 콘텐츠 플랫폼의 사후 정책 비교

SNS 플랫폼은 개인의 사적인 일상과 사회적 관계망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후 계정 처리에 있어 더욱 민감한 부분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Facebook)은 사망자 계정을 '기념 계정(Memorialized Account)'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유족은 사망신고서 또는 사망진단서를 제출해 계정을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기념 계정은 ‘Remembering’ 문구가 표시되며, 생전의 게시물은 그대로 보존되지만, 누구도 로그인할 수 없게 된다. 이 기능은 고인을 추모하는 디지털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동시에, 계정 해킹을 막는 보호장치 역할도 한다.

인스타그램(Instagram)도 페이스북과 유사하게 기념 계정 기능과 삭제 요청을 지원한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생전 계정 소유자가 사후 접근 권한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은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족이 계정을 삭제하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하며, 페이스북과 달리 접근 권한은 부여되지 않는다. 이는 계정에 저장된 사진, DM 등 민감한 정보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설계된 제한이다.

유튜브(YouTube)의 경우, 구글의 Inactive Account Manager와 연계되어 계정 소유자가 생전에 관리자를 지정해두면 채널 관리 권한을 일부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채널 수익, 구글 애드센스 계정,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권한 이전은 명확한 법적 상속 절차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수익형 채널의 경우, 계정 삭제나 정지로 인해 고인의 콘텐츠가 영구히 사라지는 사례도 존재하므로 생전 대비가 중요하다.

4. 국내 플랫폼의 현실과 생전 준비의 중요성

국내 주요 플랫폼들은 아직 사후 계정 처리에 있어 체계적인 제도나 사용자 가이드가 부족한 편이다.
카카오(Kakao)는 사망자의 카카오톡 계정에 접근하거나 대화 기록을 확인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단, 유족이 요청하면 계정 비활성화 또는 삭제는 가능하지만, 대화 내역이나 친구 목록 등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페이, 멜론 등의 연계 서비스 또한 각각 별도의 요청 절차가 필요하며, 계정 통합 정리는 제공되지 않는다.

네이버(Naver)의 경우에도 사망자의 계정에 직접 접근하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유족은 고객센터를 통해 계정 삭제를 요청할 수 있으며, 사망확인서류 및 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블로그, 메일, N드라이브 등의 개별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다운로드나 이전은 불가능하다. 즉, 국내 플랫폼들은 대부분 사망자의 계정을 ‘삭제 대상’으로만 처리할 뿐, 상속 자산으로 다루는 구조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개인이 생전에 디지털 자산 목록을 정리하고, 각 플랫폼의 사후 처리 정책에 맞게 대비하는 것이다.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 설정, 애플의 유산 접속자 등록, 주요 비밀번호 백업, 계정 리스트 정리 등은 기본이다. 또한 법적 유언장에 계정 정보와 상속 의사를 포함시켜 디지털 유산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죽음은 더 이상 오프라인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도 삶의 흔적과 재산이 남아 있는 만큼, 그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남길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